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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조카와 나의 관계에 대한 분석
 

집에 들어가니 조카가 빼빼로를 먹고 있었다. 슬쩍 가서 말을 걸었다.

"삼촌 하나만 주면 안돼?"

"응 안돼."

예상한 결과였기에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러지 말고 삼촌 하나만 주라."

조카는 뻔히 날 보더니 말했다.

"..삼촌. 나처럼 되고싶어?"

"..?"

"나처럼 되고 싶냐고?"

4년간의 연륜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조카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그게 뭔소리야?"

"삼촌 이거 먹으면 배탈나. 나 저번에 배탈난 거 몰라?"

그냥 주기 싫으면 주기 싫다고 해라.. 한참의 실랑이 끝에 나는 조카의 과자를 뺏어먹었고

울음을 터트린 조카는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엄마에게 네 살짜리끼리 잘들 논다는 말을 듣고

토라진 나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곰곰이 생각하다 왜 이 녀석만 만나면 항상 이렇게 끝이 안 좋은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종이와 펜을 들고 조카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뭔가 문제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다만 저 괴롭힘이라는 건 원래부터 괴롭히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같이 놀아주다가 그렇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나로써는 불가항력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나는 요새 어머니의 위대함을 느끼는 중이다. 체력이 어찌나 좋은지 이 작은 생명체들은 절대 지치는 법이 없다.

비누방울 놀이라도 하고 있으면 해가 지기 전까지는 절대 집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내 체력이 먼저 떨어져 버리면 결국 이렇게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방법 외에는 조카를 집으로 들여보낼 방법이 없기에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며 비누방울 총을 들고는 한다.

집에 와서도 방심할 수 없다. 집에서도 지가 심심하면 언제든 내 방에 찾아와 놀아달라고 떼를 쓰고는 한다. 요새는 병원놀이에 푹 빠져 시도 때도 없이 내 방으로 왕진을 오고는 한다. 이걸 떼어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치료비를 후려치는 방법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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