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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나는 거인이었다
 

아프리카 초원에는 임팔라라는 솟과에 속하는 초식동물이 있다. 임팔라의 색깔은 대부분 갈색인데 가끔 돌연변이로 흰색 임팔라가 태어나기도 한다. 임팔라 수컷은 산양처럼 큰 뿔이 멋지게 위로 솟아 있어서 흰색 임팔라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흰색 임팔라는 임팔라 무리 가운데 왕으로 추대 받을 것 같지만, 그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갈색 임팔라들은, 단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흰색 임팔라를 거부한다. 갈색 임팔라들이 무리 지어서 다니는데, 흰색 임팔라가 가까이 오면, 발로 걷어차서 쫓아낸다. 결국, 무리에서 저만치 떨어져 다닐 수밖에 없는 흰색 임팔라는 사자의 표적이 되어 낭패당하기 쉽다. 편견은 이렇게 무고한 죽음을 가져오기도 한다.

우리는 편견에 젖어 거짓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편견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나쁘게 생각하거나, 또는 좋게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편견에 젖은 어른의 생각을 자기 것으로 그대로 내면화하는 어린이도 드물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분명하게 확인되지도 않은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것은 또래들 사이에도 존재하고, 어른들을 통해서도 주입된다.

편견이 가져온 무서운 파괴력의 예는 역사상 많이 있다. 유명한 드뤼피스 사건에서부터 시작하여, 조선 시대 이순신을 바라보고 모함하는 당시 신하들의 편견, 수백만의 유대인들을 죽음에 몰아넣었던 히틀러와 독일인들의 편견이 그 예이다. 이와 반대로 편견을 깨뜨려 인류에 공헌한 예도 있다. 흑인은 노예라는 것을 깨뜨린 링컨, 과학자는 남자라는 것을 깬 퀴리 부인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한 헬렌 켈러. 그들은 위대한 인물로 역사에 남아있다. 하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외국인 특히 일본인을 바라보는 시각,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각, 학력에 대한 편견, 외모에 대한 편견, 여성에 대한 편견 등이 아직도 우리 사회를 차갑게 만든다.

퓰리처상 수상작인 앵무새 죽이기에서 저자 하퍼 리는 독자에게 편견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한다. 이 소설을 얘기할 때 대개 인종차별’, ‘흑백갈등쪽에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그보다 더 보편적인 주제인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홉 살 소녀의 시선에서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해 무고한 사람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인종 차별에 대한 불의를 고발하는 비판적 사회소설이다. 작가는 이 책 통해 어른들의 그릇된 편견을 비판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려고 하는 세심한 배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우리네 삶을 반성하게 한 차이와 관용에 대해 고찰하게 해준다. 책 속 한 구절이 떠오른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편견은 안개와 같아서 우리가 이 세상을 여행하는 동안 가장 밝은 빛을 가리고,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가장 훌륭하고 영광스러운 것을 희미하게 만든다고 하였으며 편견의 정도와 힘만큼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의식하지 못하는 것도 없다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편견의 완전한 극복은 힘들다 하더라도 이성에 기초한 우리들의 기본적 양심과 사회정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정직하게 깨어 부조리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면 평온한 세상에서 넘치는 속도와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새벽에 잠이 깼다. 집을 나서 무작정 차에 올라 길을 나섰다. 지척이 바다다. 일출이 아름다운 포구, 청사포를 바라보며 섰다. 오늘도 태양은 어둠을 지우고 저 멀리서부터 동이 터 오른다.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도 바뀐다. 편협한 생각과 인식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어쩌면 우리 주위에서 심심찮게 행해지는 여러 일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 볼 것은 이것이 단순한 무지에 의해 금방 깨달아질 것이라면 모르지만, 아예 자기주장과 곁들여져 고착된 것이라면 그리하여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이곳저곳을 넘나들어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그리 간단하게 치부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편견을 좀 넓게 확대해보면 우리의 생활 주변은 물론이고 정치 사회적으로도 넓게 퍼져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최고선이며 이외의 종교는 모두 악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라든지 가난한 사람은 무조건 게으르리라는 것, 혹은 선거 때 자주 등장하는 지역감정과 같은 편견의 예를 들지 않아도 수없이 발견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소한 편견들이 모여 하나의 집중적인 힘으로 과시되거나 표출될 때 은연중 생겨나는 사회적 병폐의 고질적 문제가 됨에도 우리가 그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다는 데 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사회 정의는 어디에서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든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도덕과 개인의 양심에 기초한 진정한 행동의 가치가 제 역할을 다하기 바라지만 이미 팽배해질 때로 팽배해진 극도의 이기주의에 묻혀 이것 역시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휴일 밤이 되면 찾아보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있다. 방송시간에 맞추어 채널을 맞추니 예의 수평적 만남을 유지하는 진행자가 구수한 입담을 앞세우고 방청객과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이 방송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맑아지며 치유가 된다.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여럿이서 마음을 열고 다각적으로 나누다 보면 금세 동화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야기 주제가 편견이다. 방청객들은 스케치북에 그들 견해를 피력한다. ‘편견은 울타리다.’, ‘편견은 깰 수 없는 거울이다.’, ‘누군가에게 준 상처이며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문신 같은 것이다.’ ……. 모두 부정적인 정의를 내린다.

패널인 인문학자가 베이컨의 극장의 우상예를 들며 편견을 정의한다. 특정한 권위를 지닌 자가 주장하면 대중은 무조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피겨 요정 김연아가 우유 광고를 하면 일반대중은 영양가가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편견이 생기는 이유로 모든 나라, 지역, 시간, 인종을 모두 경험 할 수 없는 인간의 유한성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라 전하며, 편견을 없앨 수는 없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집단화라는 것이다. 편견이 집단화되면 내가 속한 집단은 내집단이 되어 우월하다 여기고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은 외집단이 되어 편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쩌면 편견은 자연스럽고 나쁘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가진 차별이 사회적 차별이 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형적인 집단문화인 편견은 개인 차이를 집단 차이로 환원하는 것이라 한다. 집단 차이로 바꾸면 비공격적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 소심한데 이는 혈액형이 A형이라서 라며 개인성향을 집단성향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또 다른 머리를 길게 기른 빅 데이터 전문가인 남자 패널은 편견을 없애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며 상대편이 나에게 갖는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차원에서 머리를 길러 묶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는

미루어 짐작하여 이럴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규정지어지는 게 되고 상대에게 내가 맞추다 보면 자아를 상실하게 되고 내 존재의미가 사라지게 되기에 거꾸로 행동하려는 성향을 지니는 것 같다.”

며 자신도 모르게 작동하는 편견을 가지면 곤란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한국인이 갖는 편견의 범주가 성별, 직업, 외모, 지역, 연령, 결혼 순이라고 소개한다. 특히 여성에 대한 성적 차별은 일상에 숨어 있는 편견이라고 한다. 남편 따라 죽지 못한 죄인이라는 의미가 담긴 미망인이라든가 아내, 집사람, 여대생, 여고생 등도 일상의 편견들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오른손이 바른 손이면 왼손은 틀린 손이 된다며 이처럼 일상 언어에도 편견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진행자는, 고기를 먹지 않는 자신에게 불교도냐고 묻는 이에게 천주교도라 답하면 그런데 왜 고기를 안 먹느냐고 되묻는다며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단지 자신의 음식에 대한 개인 취향인데 종교적 편견으로 평가한다고 일침을 가한 후, 방청객 의견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한 여학생 말이 마음에 남아 있다. 현재 그녀는 고3 나이인데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집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어른들은 그 나이에는 학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녀는 강변한다.

미래가 불투명한 아이들에게 대학은 일종의 보험으로 존재하고 있고 중졸이 나쁜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많은데 오히려 학력이 이를 제한하는 느낌이 든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저에게 사람들은 이상한 아이라든가 4차원이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요.”

일찌감치 학교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립 의지를 갖고 더 큰 책임감으로 홀로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것이 어떤 박사학위보다 어쩌면 더욱 값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살아가며 쉽게 편견을 버릴 수 없지만 큰 믿음을 갖고 그들을 사랑으로 지켜봐 줄 때 그는 우리 사회 거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림을 즐겨 그리는 그 소녀가 선물로 건네는 액자에는 꿈에서 나는 거인이었다.’라는 제목의 멋진 그림이 들어 있었다.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로 그녀를 응원한다. 아름답다. 사회적 편견을 깨트리는 소녀의 작은 몸짓이 저리도 아름다울 수가.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그동안의 편견으로 가득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깨우침이 크다.

가출 청소년이라고 모두 문제아인가요?’

뚱뚱하다고 게으르지 않아요.’

실업계 고교생은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하나요?’

저는 교사인데, 아이를 외모로 판단하는 것 같아요.’

춤추는 직업이라고 날라리인가요?’

결혼하면 무조건 아이가 있어야 하나요?’

‘A형이면 소심한 사람인가요?’

법학과에 다닌다고 모두 판, 검사 변호사가 되지 않아요.’

이혼한 독신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남편이 열다섯 살 연상이면 돈 보고 결혼했나요?’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편견이 존재하는지 자못 놀랍다.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할 필요를 느낀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개인의 차이다. 편견을 극복하는 힘은 무엇일까? 사회자는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위층에 사는 아이들 발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견딜 수 없다면 그 극복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이사를 하는 것이고 둘째는 윗집 아이와 친해지면 된다. 아는 아이의 발소리는 아무래도 덜 시끄럽기 때문이다.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마주한 아이는 편견을 가질 수 없다.”

만나고 말하고 듣는 것이 편견을 깰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진행자는 모두에게 수평적 시선으로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유익한 방송 통해 편견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어 좋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편협한 행동을 고치려면 편견을 버려야 한다. 나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동화 속 미운 오리 새끼가 편견을 극복하고 하얀 백조가 되어 푸른 하늘을 날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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