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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호

도서관 풍경

어느 날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내가 앉아 있는 열람실로 왔다. 큰 책상 하나를 차지하고, 우루루 어떤 서가로 가더니 수십 권의 책을 가져왔다. 대개가 기업 이미지, 경영 전략 등을 나타내는 제목이다. 가지고 온 책을 빠른 속도로 뒤적인다. 한 자 한 자 읽는 것이 아니라 훑어본다.

1시간여 그러더니 “차 마시러 가자”며 나갔다. 10여분 흐른 뒤에 다시 들어오더니, 아까 했던 그 행동을 또 한다. 점심시간 쯤에 책을 모두 서가에 다시 꽂으로 갔다. 나는 그들이 이제 책보는 일을 마치고 도서관을 떠나는 줄 알았다. 1시간 넘게 있다가 다시 그들이 왔다. 그들이 차지했던 책상에는 다른 사람들이 책을 보고 있다. 아마 그들은 점심을 먹으로 갔던 모양이다. 이 사람들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은 ‘아이디어’에 관계된 것이었는데, 책에서 그것을 찾고자 한 모양이다. 팀을 짜서 한 사람이 여러 권의 책을 보고 차 마시는 동안에, 점심 먹는 동안에 읽은 것을 가지고 그들이 찾아야 할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는 모양이다. 책이 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회사에서의 일이 이제는 책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있다는 것?! ? 그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두꺼운 돋보기 안경에, 중절모를 쓰고,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한 손으로는 책의 어딘가를 짚고, 다른 손으로는 공책에 정성들여 글쓰며 책을 보시는 할아버지를 본다. 할아버지는 주위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읽어나가신다. 그 속도가 매우 더디다.

또 부모님을 따라와서 어린이실에서 빌린 손때가 잔뜩 묻은 책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숨소리를 고르면서 읽어나가는 꼬마 아이를 본다. 아이는 줄곧 곁을 지나가는 사람, 서가 정리하는 사서들, 앞에 앉은 사람의 모습을 힐끔거리며 본다. 아이에게는 책 속의 세계와 책 밖의 세계가 모두 볼만한 것들인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연인이 함께 나란히 앉아서 책 읽는 모습도 본다. 가끔 쪽지에 뭔가를 적어 메시지를 주고 받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독자다. 독서행위는 외형적으로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를 평등하게 만들고 있다.

책 보는 자세를 가만히 보면, 어딘가 쏠림이 일어난다. 턱을 괴는 사람, 고개를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기울이는 사람, 등이 구부러진 사람, 이마를 짚는 사람…….

책 보는 얼굴을 보면 그 내용이 어떤 성격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입을 벌리며 책장을 빨리 넘기는 사람은 보고 있는 부분이 자신에게 그리 필요없다는 뜻이다. 가끔 쿡쿡 웃는 사람도 있다. 재미! 그런가 하면 두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이마를 찡그리는 사람도 있다. 내용이 어렵다는 뜻이다. 책을 펼쳐놓고 시선은 뭔가 다른 데로 가 있는 사람-그는 지금 아이디어를 생성 중이거나, 읽은 내용에 대해 자신의 논리로 저자와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도서관은 ‘정숙’을 규범화 시키고 있지만, 실상 사람들의 머리 속은 온통 난리가 일어나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 몇 권의 책을 보면서 그 주제가 정리될 것으로 기대했다. 700여 쪽의 책을 한 권 보는데,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면서 때로는 메모도 하고, 복사도 하면서 읽었다. 달랑 한 권의 책을 보는데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 독서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루가 너무 짧다. 프랑스 평론가 에밀 파게는 “천천히 읽으라”고 했지만, 이런 날에는 도저히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아는 사람이 외국에 간다기에, 우리의 전통 문화에 대한 책을 선물하려고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들을 비교해 보았다. 예전에는 서점을 바로 갔는데, 요즘에는 도서관에 가서 이 책 저 책 비교해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놓고 서점에 간다. 더 여유가 있을 때는 마음에 드는 책을 대출하여 대강이라도 한 번 읽고 나서, 정말 소장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 구입한다. 덕분에 책 구입 비용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한 번씩 사다 놓은 책의 상당 권을 정리하면서 버릴 것을 골라낼 때 아깝고, 그렇게 구입한 내 행동에 대해 질책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이 덜 들 것 같다. 도서관의 이용이 경제 생활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프로필

1967년생.
계명대학교 교육학과 박사과정 수료.
부산파이데이아 창립 회원 및 공동지도자.
파이데이아(대구) 이사 및 연구교육부장.
부산시교육청 교육연구원 강사로 다수 활동.
현 동신초등학교 교사, 동아대학교 교육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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