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
글쓰기 지도
독서치료
독서교육소식
전문가컬럼
공개자료실
온라인 강의실
HOME > 학부모/교사 > 독서교육소식
전체게시물수 : 248
교과 수업과 연계된 독서교육의 기본 방향과 방법
 

교과 수업과 연계된 독서교육의 기본 방향과 방법


구름배 / 지속가능한독서교육모임 물꼬방


학교에 있으면서 깨달은 점은, 교사들이 어려운 독서 이론을 몰라서 독서교육을 하지 않는 게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사범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원까지 나온 뒤에 극심한 임용시험 경쟁을 뚫고 교직에 들어온 교육 수준이 매우 높은 국어교사들조차 이론적 무지 때문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고민 때문에 자신의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독서교육 정책을 논할 때, 학계에서 논의되는 독서교육의 이론적 논의를 소개하기만 해서는 현장 교사들이 움직이기는커녕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런 논의가 교사들의 발목을 잡는 현실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장에서 지금 교사들이 ‘왜 독서교육을 못하겠다고 하는지’에 대한 불만과 고충을 듣고 거기에 맞게 대안을 마련해서 대답하는 일이 필요하다.


1. 과거의 노력이 이룬 것


우리 교육계에서 책읽기 교육에 힘써온 지는 오래되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독서교육에 대대적으로 힘쓴 것은 1999년부터이다. 그 전에 세상 곳곳에서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던 독서교육 사례가 중앙으로 모아지고 모든 교육청에서 독서교육을 특색 사업으로 삼아 진행을 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와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과 같은 독서 사회단체도 여기에 힘을 모으고 언론도 힘을 모아서 사회 전체가 책 읽는 바람으로 부풀어오르기도 했다. 그 뒤로 두 번 정부가 바뀌면서도 계속 독서교육을 잘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간혹 끊기기도 했지만 꾸준히 흐름을 이어왔다.

2011년인 현재, 12년 동안 독서교육에 노력한 결과를 돌아보자.

첫째, 거의 모든 대한민국 학교에는 도서관이 번듯하게 만들어졌다. 사서교사가 부족한 문제가 있지만 도서관이 물리적으로 마련된 것은 중요한 성과이다. 지역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학교마다 학교운영비의 3~5% 정도를 책 구입비로 쓰게 제도가 마련되어서, 책이 안정적으로 갖추어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배치되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책을 빌리는 일을 활발하지만, 학습과 연관되어서 도서관의 장서가 활용되는 비율은 안타깝게도 매우 낮다. 사서교사가 배치된 학교에서도 많은 경우 사서교사는 고립되어 있다. 사서교사가 홀로 도서관에 학생들이 많이 오게 하려고 애쓰고, 교과교사와 협력해서 수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무척 적다. 사서교사들은 학교 도서관을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이때까지 잘해왔는데, 앞으로는 그 학교에 있는 교과 교사들을 움직여서 수업에서 책이 활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교의 본분은 공부이자 학습이고 사서교사들이 이 부분에 대해 분명히 제 역할을 해내야 사회적 자원이 다시 도서관으로 모일 수가 있다1).

둘째, 초등학교에서는 어느 정도 책읽기가 자리를 잡았다. 교사가 열심히 하고자 하면 초등학교에서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독서교육을 할 수가 있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학생들과 하루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함께하는 학급 중심 체제이기에, 교육 변화가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 담임교사 한 사람이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고자 마음만 먹으면 그 즉시 교육이 바뀌고, 게다가 교육시간 운영을 유연하게 할 수 있기에 총체적으로 지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 보고되는 독서교육 사례를 보면, 종종 깊이가 확보되지는 않아 아쉽다. 어린이책 연구자들이 정리해낸 논의들이 학교 교육에 일반적으로 전파되어 있지 않은 점이 보인다2). 학생이 책을 읽으며 의미를 구성하는 쪽에 초점을 두지 못하고 단지 많은 책을 읽고 형식적인 교훈을 적는 활동이 극복되지 않은 사례가 자주 보인다. 학생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어떻게 세상과 자기 삶과 연관 지어서 글로 적을지에 대해서 사려 깊은 지도가 앞으로 필요하다. 예쁘고 보기 좋고 화려하고 독서량이 많은 지도방식에서 학생이 책을 읽으며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에 섬세하게 개입하는 지도 사례가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중고등학교에서는 독서교육이 수업에는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교과단원별 권장도서 목록을 만든다든지 하는 시도가 있어왔지만 별로 현장에 정착하지 못했다. 중고등학교는 교과 수업 중심 체제이기에, 수업시간에 책이 활용되지 않으면 독서교육은 상당히 제한이 생기고 만다. 7~8년 동안 계속 독서교육 부분에 대해 대통령상을 마련해서 시상을 하고 교육청마다 특색사업으로 진행했지만, 중고등학교에서 독서교육이 자리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수의 멋들어진 시도가 있었지만 다수 교사가 함께할 만한 모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학교에서 독서동아리가 유지되면서 독서교육의 역량이 보존된 점이다. 교사와 학생이 모인 독서동아리를 지원하는 사업이 꾸준히 있어왔기에 입시교육 상황에서도 학교에서 책 읽는 교사와 학생들이 소수일지라도 고급 문화의 명맥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정기적인 독서토론과 문화답사를 진행해온 이 많지 않은 교사들이 독서교육의 대중화를 이끌 우리교육의 중요한 역량이다.


2. 현장의 불만과 그에 대한 응답


지금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책을 읽히자고 할 때 보통 듣는 말들을 정리해본다.


“학교 업무가 바쁜데 언제 책 읽는 수업을 준비하는가?”

“교과진도가 빠듯한데 어떻게 독서 수업을 할 여유를 마련하는가?”

“인터넷을 갖고 노는 요즘 학생들이 과연 책읽기에 호응할까?”

“입시 상황에서 문제집 풀기도 바쁜 학생이 불만스러워하지 않을까?”

“부끄럽지만 책을 별로 읽지 않은 나 같은 교사는 어떻게 하는가?”


그냥 들으면서 다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도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들의 사례를 살펴서 이 말들에 대해 하나하나 현실적인 대답을 해보자.


(1) “학교 업무가 바쁜데 언제 책 읽는 수업을 준비하는가?”

-> 정규수업시간에 해서 교사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한다,


대한민국 학교에서 교사는 바쁘다. 해마다 업무 경감이 교육청의 주요 과제였지만 10년째 업무는 줄었다는 체감 보고가 없다. 바쁘고 정신없는 환경은 교사에게 풍부한 수업을 할 마음을 나게 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는 정규수업시간에 책읽기 교육이 진행되게 해서 교사가 부담을 덜 느끼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많은 이들의 동참을 얻어낼 수가 있다. 정규수업시간에 책을 읽고 활동까지 하는 독서교육 모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 반에 주 3~4시간 들어가는 과목이라면 1시간을 빼서 그냥 독서시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는 한달에 1시간 정도만 내어서 도서관에서 교과 관련 책을 찾아 읽는 방법도 있다.


(2) “교과진도가 빠듯한데 어떻게 독서 수업을 할 여유를 마련하는가?”

-> 교과서를 요령 있게 가르쳐서 여유시간을 확보한다.


교과서는 그 전공의 여러 저작에서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해놓은 책이다. 아무리 교과서 내용을 줄여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모두 치밀하게 설명하려고 하면 수업시간은 늘 모자를 수밖에 없다. 기계적으로 교과서를 가르치면 교사는 자기 재주를 발휘할 수 없다. 대안은 자세히 가르칠 부분과 가볍게 설명하고 지나갈 부분을 구분하는 데 있다. 각 단원마다 관련된 모든 내용을 설명하기보다는 단원 학습목표 중심으로 가르치면 수업이 조금 여유 있어진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시간에 그 교과 관련 책을 활용해서 수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히고자 목표를 세우면 힘들어서 안 된다. 교사 한 사람이 그 교과에서 한 학기에 한 권 정도만 읽히자고 부담이 적게 목표를 잡아야 한다.


(3) “인터넷을 갖고 노는 요즘 학생들이 과연 책읽기에 호응할까?”

-> 다양한 책을 제시하고 학생에게 선택하게 해서 호응을 얻는다.


중고등학교에서 독서교육이 안 된다고 실패 경험을 말하는 교사들을 보면, 상당수는 학생들에게 네다섯 권의 책을 제시해서 그것을 모두 읽게 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 잘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수준과 기질이 다양해서 최소 10종 이상의 책을 제시하고 그 가운데서 학생의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만 골라서 읽게 하는 방식이 성공의 길이다.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책 가운데서 학생들이 잘 읽을 만한 책을 교사가 15종 정도 가려뽑아서 제시하고, 학생에게 선택하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이때 15종 책은 수준이 달라야 한다. 고등학생을 가르친다면, 고등학생용 책을 5종 정한 다음, 위로 대학생용 책을 5종 찾고, 아래로 중학생용 책을 5종 넣어서 수준을 섞어두는 편이 좋다. 그 교과 관련 책에 호응하는 학생의 수준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4) “입시 상황에서 문제집 풀기도 바쁜 학생이 불만스러워하지 않을까?”

-> 책읽기 교육이 입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운영해서 학생의 만족도를 높인다.


문제집만 푸는 학습보다는 책읽기와 문제집풀이를 병행하는 것이 입시 점수를 얻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독서만 하자는 게 아니라, 기존의 학습에 독서를 일부분 섞자는 것이다. 독서교육의 성과를 과시하려고 다른 교육내용을 훼손하며 무리하게 운영하지 않도록 한다. 한 개 교과에서 학기에 한 권 정도 책을 읽히는 모형은 학생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학습량이 많아져서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 교사의 강의 수업만 있으면 교과서 한 권을 소화하지만, 책읽기를 병행하면 그 해에 학생은 교과서 이외에 단행본 책을 한두 권 더 읽게 된다. 한두 권 더 읽은 책은 학생의 어휘력을 늘리고, 그 교과와 관련한 개념과 지식을 더 얻게 하고, 그 교과의 내용이 어떻게 현실에서 쓰이는지를 알게 해서 응용력을 기르게 된다. 이런 독서체험은 논술과 면접은 물론이고, 수능의 오지선다형 문제를 푸는 데도 유익하다.


(5) “부끄럽지만 책을 별로 읽지 않은 나 같은 교사는 어떻게 하는가?”

-> 실제 현장 적용을 거쳐 검증된 다른 교사의 자료를 쓰면 된다.


교사가 학생에게 권하는 책을 모두 다 읽고 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할 때가 있고, 이때는 융통성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 교사들은 학창시절에 독서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일부는 현재도 책을 즐겨 읽지 않기에 학생들에게 책읽기 지도를 하기에 부담을 느낀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교사들이 실제로 학생들에게 읽혀보고 나서 반응이 좋은 책만 가려뽑은 목록을 활용하면 된다. 각 교과마다 수업시간에 권할 만한 책이 수준별로 정리되어서 준비가 되면, 독서경험이 많지 않은 교사라 하더라도 자료를 활용해서 할 수가 있다.


3. 교과 연계 독서의 기본 방향


혼자서 열정적인 독서수업을 하는 교사들 말고, 주변 동료들에게 동의를 얻어가며 함께 나아가는 교사일수록 ‘교사가 지치지 않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또렷하게 짚는다.

한국의 교사들은 지금 지쳐 있다. 어느 언론에서는 해가 질 무렵에 학교에 찾아가서 남아 있는 교사들이 거의 없다는 소식을 전하며 학교 교사들이 바쁘다는데 정말 그런가 하고 의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야근을 자주 하는 다른 직장을 화면에 비추면서 의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것은 교사가 하는 일이 어떻게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잘 알지 못하기에 일어난 일이다. 교육을 집중적으로 기운을 쏟는 특징이 있어서 사람의 진을 쏙 빼어놓는다. 야근으로 악명 높은 금융권이나 언론계에 있다가 교직으로 옮겨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아도 이런 점을 확인한다. 열 걸음 물러서서 교사가 물리적으로 지쳐 있지 않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지금 한국 교사들이 활기가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교사들에게 새로운 무엇을 던지면 피로도가 높다는 인상을 주어서 그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기가 쉽다. 그러기에 새로운 교육에 대한 제안을 할 때 그것이 교사들을 피곤하지 않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교육을 실제 실천하는 교사들과 인터뷰를 한 내용에서 추출한 방향들을 정리해서 적는다.


(1) 정규수업시간에 하기


정규수업시간에 해야만 교사의 업무가 많이 늘지 않는다. 그래서 교사들이 동참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정규수업시간에 해야 전체 학생들이 참여하는 독서교육이 된다. 방과후학교에서 하는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은 소수 학생들을 위한 활동인 경우가 많다. 방과후학교에서 독서교육을 하면 교사가 정규수업 이외에 수업부담이 더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그전에 하던 방식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새롭게 일을 더하기보다는, 본래의 일상을 개혁하는 것이 진짜 개혁이다.


(2) 교과 여건에 맞게 다르게 하기


교과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다르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주당 수업시수가 많은 교과는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높고, 시수가 적은 교과는 시간을 융통하기가 어렵다. 입시 부담이 높은 교과와 적은 교과도 상황이 다른다. 지식을 많이 가르쳐야 하는 교과와 실습 성격이 상당 부분 있는 교과도 처지가 다르다. 교사의 준비 정도와 기질에 따라서도 다르다. 긴 흐름으로 자세히 하는 방법과 단번에 쉽게 하는 방법을 각각 제시하고, 교사가 자기 교과 상항에 맞게 선택해서 하는 방식이 좋다.


(3) 평가와 연계하기


평가가 없으면 학생들은 동참률이 매우 떨어진다. 부담이 적절한 수준으로 되게 조절하면서 깊이 있게 활동을 하고 그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진정한 독서는 평가와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은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독서량을 살피는 물량주의적 평가나 책 내용을 기억하는지를 확인하는 단순 암기 평가 방식이 아니라면, 괜찮다. 평가를 활용해서 더 깊고 본질적인 독서 수업을 성공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


(4) 현실적 이익을 얻게 하기


교과 책읽기 교육은 본질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학생에게 현실적인 이익이 되게 해야 한다. 이때 현실적 이익이란 쉽게 말해서 수능 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어휘력과 지식을 높이고, 논리력을 길러서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인간과 세상에 대해 풍부하게 이해하는 안목을 높이는 내용까지를 포함한다. 문제집 풀이를 맹신하는 학생들에게 주기적으로 독서의 세속적 쓸모에 대해 교사가 설명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학생은 세속적인 이익을 위해 책읽기를 시작하지만, 교사가 고상한 가치를 담은 책을 선정해주었기에, 학생이 그 독서과정에서 첫 출발의 욕망에서 벗어나 인간적으로 훌륭해진다는 기획이 필요하다.


(5) 독서량보다 독서의 질을 살피기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는가를 살피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면 독서교육은 깊이가 얕아진다. 독서는 책에 적혀 있는 말을 그대로 독자가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다. 똑같은 글을 읽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의미를 만들어낸다. 비정규직의 고단한 삶을 다룬 글을 읽은 다음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면3), 어떤 학생은 ‘세상은 약육강식이다. 비정규직이 되면 큰일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의미를 구성하고, 또 다른 학생은, ‘이런 불쌍한 사람들이 안 생기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자기가 이때까지 살아온 경험과 현재 놓인 처지와 삶의 철학적 수준에 따라 다르게 의미를 만들어낸다.

훌륭한 책을 학생이 들고 잘 읽고 있다고 해서 그 학생이 수준 있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어른의 이상주의일 뿐이다. 교사가 고전 명작을 권해서 학생이 그 책을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 독서교육이 만족스럽게 진행된다고 보면 안 된다. 학생이 그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의미를 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교사가 들여다보고 거기에 개입해서 몇 마디 대화를 해야만, 학생은 지적 성장의 계기를 제대로 만나게 된다.


(6) 교사가 권장도서를 제시하고 학생이 선택하게 하기


책을 정해주지 않고 자유롭게 학생에게 책을 골라오라고 하면 의외로 잘 안 된다. 학생은 자기에게 지속해서 흥미를 주는 책을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는 교과 관련 책들 가운데서 내용이 좋으면서 학생이 잘 읽을 만한 책을 가려뽑아서 목록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가 만든 목록에서 학생이 책을 골라서 읽게 해야 학생들은 비로소 그 책을 읽는다. 자기가 고르는 데 참여하지 않은 책은, 학생이 보통 잘 읽지 않는다. 한 학급 전체에게 같은 책을 읽히면 실패율이 무척 높아진다. 서너 권의 책을 권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최소 10종 이상의 책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골라 읽어야 한다.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게 하고 싶다면, 학생들 4~5명을 작은 모임으로 모이게 해서 그 안에서만 똑같은 책을 읽게 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7) 교사 개개인마다 권장도서를 따로 정하기


권장도서는 교사 개개인마다 달라야 한다. 교사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책으로 독서지도를 잘 하지 않는다. 교사의 내면에 책을 학생들에게 읽게 하고 싶다는 동기가 생겨야 그 수업을 빛이 난다. 필독도서라는 명칭을 쓰는 학교는 그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어가며 독서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학교 차원에서 권장도서를 정하기보다 교사 개개인 수준에서 권장도서를 각자 운영하는 편이 더 참여률을 높인다. 학교의 권장도서 목록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교사 개인에게 강제하는 것은 사려 깊은 방식이 아니다.


4. 구체적인 교육 방법


교과 연계 독서교육을 기획하려는 시도가 예전에 있었다. 각 교과 단원별 권장도서를 만들고 교사들에게 연수를 한 다음에 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그 사업은 지금 거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아무도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그것이 현재 학교 교육 연건에서 무리한 주문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실패사례로는 같은 책을 반 전체에게 읽게 하는 방법이 있다. 한 반 학생들에게 똑같이 책을 읽게 하고 토론을 하고 옆 반과 바꾸어 읽는다는 기획이었는데, 처음 뜻처럼 성공하지 못하고 크게 실패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교사가 정해준 한 권의 책을 학생들이 잘 읽지 못한 데서 일어난 일이다.

교사도 읽지 않는 어려운 책을 읽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바깥의 시선을 향한 과시와 자기만족일 뿐, 실제 성과는 미미하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에이포 1~2쪽짜리 글을 주고 20분 읽고, 10분 활동하고, 10분 강의하는 수업 방식도 있는데, 빡빡해서 힘들다. 그리고 에이포 1~2쪽짜리 자료는 깊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현재 교육 환경에서 보통 수준의 교사가 정규수업시간에 할 수 있는 독서교육 방법을 정리한다. 교과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여기서 소개되는 방법들을 선택되어서 적용되어야 한다. 여기에 소개되는 세 가지 방법은 여러 학교에서 이미 실시되어서 현장 적용과 검토가 끝난 것들이다4). 그리고 모두 교사의 부담이 적정한 수준으로 통제되는 방법들이다.


(1) 정규수업시간에 주 1시간 교과 관련 책 읽기


한주에 같은 학급에 3~4시간 들어가는 교과에서 해볼 만한 방법이다. 정규수업시간에 주 1시간씩 시간을 내어서 책을 읽는 방식이다. 요령 있게 교과서 진도를 나가서 시간을 확보해서 한다. 한주에 한 시간씩 책을 읽고, 학기에 한 권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기가 넉 달로 이루어진다고 할 때, 처음 두 달은 그냥 책만 읽고 중간고사가 끝난 뒤에 두 달에 활동을 하고 평가를 한다.

교사가 15종 정도 되게 교과 관련 도서를 선정해서 제시하면, 학생이 책을 골라서 읽는다. 같은 책을 들고 꾸준히 읽게 해야 공부가 성과로 남는다. 학생이 4~5명씩 작은 모임을 만들어서 같은 책을 읽고 독서활동지를 쓴 뒤에 토론을 하고 그 내용을 기록해서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책에서 인상 깊은 내용을 다섯 가지 찾아서 세 줄씩 설명을 달고, 책과 연관된 세상일을 세 개 찾아서 네 줄씨 설명을 달고, 책과 관련된 자기 경험이나 마음속 생각을 두 가지 적어서 반쪽씩 이야기를 쓰게 할 수도 있다. 학생의 독서활동 보고서는 교사가 반드시 읽고 의견을 말해주고 난 뒤에, 학생이 글을 고쳐서 다시 써내게 하면 효과가 높다.

책은 학생들이 한 권씩 사는 방법이 가장 좋다. 매시간 들고 다니게 해야 책 읽는 시간에도 준비가 확실해진다. 교사가 심혈을 기울여 책 목록을 만들고 학생이 선택해서 책을 정했다면, 책 구입에 학생들의 저항이 별로 없다고 보고된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책을 안 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책을 잘 사와서 놀랐다고 교사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학생에게 책을 사게 하기가 어려운 처지라면, 교사가 개인 돈으로 15종의 책을 4권씩 해서 60권을 사서 들고 다니며 학생들에게 읽히는 방법이 있다. 또는 학교 도서 구입 예산으로 60만원어치 책을 사서 한 학기 동안 장기 대출을 한 다음에 그 책을 갖고 해도 된다.

주의할 점은 학생들이 책을 읽으면 10분마다 10%씩 잠들어버리기에 교사가 계속 깨우며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고 교사가 교탁 앞에 앉아서 같이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면 그 반 학생들 절반 이상이 잠을 잔다고 보고되고 있다. 교사는 교실을 천천히 서성거리거나 중간쯤에서 자리잡고 있으면서 잠드는 학생을 깨워서 일으켜세워야 책 읽는 분위기가 유지가 된다.

주 1시간씩 정규수업시간에 책을 읽으면 학생이 부담을 적게 느낀다. 책읽기와 과제를 수업시간 안에 상당 부분 할 수 있기에 그렇다. 학생들이 주 1시간 책을 읽으면, 그 교과 교사는 여러 학급에 수업을 들어가기에 일주일에 하루는 책읽기 시간으로 편하게 운영할 수 있어서 좋다.

이 방법을 쓰면, 학기에 한 권씩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일년 동안 두 권을 한 과목의 수업시간에 읽을 수 있다. 국어와 사회 교과에서 무난하게 쓸 수 있고, 집중이수제를 해서 같은 학급에 들어가는 시간이 많아지는 다른 교과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일주일에 한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마련해두면, 이 시간을 이용해서 교사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다양하게 독서 활동을 기획할 수 있다.


(2) 1시간 교과 관련 책을 읽고 1시간 정리하기


학교도서관에 가서 그 교과 관련 도서를 찾아서 1시간은 그냥 읽고, 다음 1시간은 그 책에서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찾아서 종이에 정리하는 방법이다. 종이에 정리할 때는, 5분의 4는 책 내용을 쓰고, 5분의 1은 왜 그 내용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지 이유를 적는다. 발췌독 하기라고 하겠다.

세상에 있는 책 모두를 다 읽을 수 없기에,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골라서 그 시점에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서 정리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발췌독 하기는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는 활동이 아니다. 하지만 평소 학생이 관심 두지 않던 분야의 책을 읽게 해서 새롭게 지적 자극을 주고, 실제 학문의 세계와 만나게 하는 체험이 된다. 종이에 책 내용을 정리할 때, 정보가 잘 보이게 공간 배분을 하고 적절히 여백을 두며 실용적으로 디자인을 해보라고 하면 학생들이 멋지게 정리해내기도 한다.

주의할 점은,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한 뒤에 교사가 분위기를 계속 챙기고 있지 않으면 학생들이 모두 딴짓을 한다는 점이다. 보통 이 수업은 학교도서관에서 진행되는데, 책을 고르느라고 움직이고 교실과 다른 분위기이기에 학생들이 들떠 있어서 떠들고 딴짓을 하기 쉽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한 다음에 교사가 도서관 한쪽 구석 소파에 앉아서 독서삼매경에 빠지면 학생들이 엉망이 된다. 교사는 책을 읽더라도 학생들을 살피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써낸 종이를 보면, 내용이 잘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에 있는 100여권의 책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자기 마음에 드는 부분만 찾아 정리했기에, 학생의 성취가 높게 나오게 된다. 학생들이 쓴 종이는 수행평가에 반영해도 좋다.

그리고 그 교과 관련해서 책이 100권 이상 학교도서관에 준비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여러 교과 교사가 동시에 이 방법을 써서 교육하면 예약이 차서 학교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럴 때는 음악교사는 음악실에, 미술교사는 미술실에, 과학교사는 과학실에, 가정교사는 가사실에 교과 관련 책을 100여권씩 갖추고 각자의 교과교실에서 진행하게 계획을 짜두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학급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도서관에 여러 주제별로 책을 100권씩 담은 책가방을 마련해두고, 발췌독 수업을 하기를 원하는 교사가 그때마다 책가방을 가져가게 해두어도 좋다. 또는 미리 학생들에게 도서관에서 그 교과 관련해서 자기가 잘 읽을 만한 책을 한 권씩 빌려오라고 해서 할 수도 있다.

발췌독 하기는 2시간이면 할 수 있는 독서수업이어서 부담이 무척 적다. 수학과 음악과 미술과 체육 시간에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독서 수업이 손에 딱 들어오지 않고 어색한 교사들이 많은 학교에서 전체 교사가 함께할 계획으로 좋다. 모든 교사가 학기에 1~2번씩 이 활동을 한다면, 학생들은 일주일마다 국어·영어·사회·과학·음악·미술·기술가정·역사·윤리·체육과 관련된 책을 계속 살펴보게 되는 효과가 있다. 교사 혼자 하면 성과가 적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성과가 커지는 방법이다.


(3) 책에서 25-30쪽을 인쇄해서 읽히고 가르치기


교과와 관련된 서적에서 25~30쪽 정도 되는 분량을 인쇄물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1시간 동안 읽힌 뒤에, 그 다음 1시간 동안 그 글에 대해 활동과 토론과 강의를 하는 방법이다. 학기에 2회 정도 하면 알맞고,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내는 게 좋다. 1년에 4회를 하면, 100쪽 정도를 읽는 효과가 있다. 교사가 자기 교과에서 강조하고 싶은 주제를 4개 정해서, 그 내용과 관련된 글을 뽑아서 진행하면 좋다.

수업 진행은 질박하게 구성해도 충분하다. 첫째 시간은 그냥 글을 읽는다. 25~30쪽 정도 되는 글이기에 글을 읽으면 한 시간이 지난다. 두 번째 시간에는 맨처음에 교사가 학생들에게 인상 깊은 부분이나 중요하게 보이는 부분을 3곳 찾아서 표시를 하라고 한다. 중요한 곳을 세 군데 찾아 표시하면서 학생들은 글을 전체적으로 살피게 된다. 그 다음에는 글 내용과 관련된 세상의 일이나 자기 경험을 1개씩 찾아 적으라고 한다. 자기 혼자 생각이 안 나면 주변 친구들과 상의해서 적어도 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서로 생각을 주고받으며 글에 대해 이해를 더 깊게 하고 그 글이 어떤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 글을 보면서 교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물음을 3개씩 생각해서 쓰라고 한다. 여기까지 진행한 뒤에, 학생에게 발표를 시키고, 교사가 논평을 하며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마지막 정리는 학생들이 만들어둔 물음에 대해 교사가 대답하며 하면 된다.

수업시간에 읽을거리과 연관된 현실 속 일을 찾으라고 한 내용은 지필시험에서 그대로 서술형평가 문제로 내도 좋다. 수업시간에 모든 학생이 같은 글을 읽었기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대표되는 지필시험에 읽을거기를 다룰 수 있다. 수능 언어 영역에서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서적에서 제시문이 뽑혀서 출제되는데, 수능 문제유형처럼 학교의 각 교과 지필시험에 내어도 좋다.

주의할 점은, 책의 원본 글을 자료로 만들어주어야 효과가 높지 입시학습서에 요약정리된 자료를 나누어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이 활동은 요약정리되지 않은 원자료를 본다는 의미가 핵심이기에, 입시학습서에 나온 자료를 나누어준다면 그 취지가 사라지고 효과도 없다.

이 방법은 학교 차원에서 여러 교과에서 다같이 진행해도 큰 무리가 없다. 학생들이 보통 배우는 교과가 학기에 9개 과목 정도인데, 학생들이 평소 개인적으로 읽지 않던 책의 중요한 부분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각 교과와 관련해서 그 분야의 전공자가 쓴 책에서 학생의 공감을 얻을 만하고 수업시간에 교사가 할 이야기가 있는 부분을 잘 골라야 수업이 성공한다.


5. 얻는 것


이렇게 교과 수업에서 독서가 함께 진행될 때 우리교육은 무엇을 얻게 될까. 수업시간에 책을 들여오는 방식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과 방향이 과연 같은가.

첫째, 학생의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정보를 기억하는 데 중점을 둔 학습이 아니라 정보를 찾고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 교육으로 방향이 잡히기에, 정보화 사회에 맞는 능력을 학생에게 연습시킬 수 있다. 그간 정보 기억이 아니라 정보 활용이 중요하다고 선언은 많이 이루어졌지만, 실제 수업시간에 효과적으로 반영되지는 못했다. 교과서에 한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정보를 찾아가며 지적 자극을 받으며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사교육 억제 정책으로 교육방송 교재를 수능에 상당 부분 출제하면서 교과서와 입시문제집에 더욱 묶여버리는 역효과가 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 수업시간에 책을 들여오는 일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둘째, 교육의 빈부격차에 대응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한국 교육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성과로 대물림되는 문제가 심각하다. 사회적으로는 공공도서관에서 하는 도서 대출과 여러 문화 교양 사업이 가난한 지역의 부족한 문화자본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학교에서는 학교도서관이 가정에서 돌봄을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받는 계층의 자녀들에게 지원 역할을 한다. 여기에 정규교과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는 독서 활동이 학생의 능력을 높여서 부족한 문화자본을 보완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하리라고 본다. 정규수업이 고급스러워지고 정규수업에서 문화적인 내용을 많이 얻게 하는 일은 학생을 똑똑하게 해서 사회의 빈부격차가 교육의 빈부격차로 이어지는 일을 막는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양극화에 따른 학생 심리에 대한 가치 교육을 하는 의미가 있다. 현재 사회는 지구적으로 20대 80 사회가 되어버리고 이 양극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학교가 교육적으로 해주어야 하는 사명이 새롭게 생기게 되었다. 상위 20%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윤리성을 얻게 해서 그들이 이기성에 함몰되지 않게 윤리적 엘리트가 되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회의 주요한 자리에 섰을 때 그들이 가진 영향력을 사회를 가꾸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쓰게 하기 위해서다.

80%에 들어갈 학생들에게는 돈을 적게 쓰면서 풍요롭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소비자본주의 사회이기에 온갖 기업이 광고를 동원해서 비싼 물건을 사야 행복해진다고 유혹을 한다. 앞으로 물질이 부족하게 살아가리라고 짐작되는 학생들이 물질주의에 빠진 가치관에 머무르면 늘 열패감에 시달리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가난한 사람은 물질주의에 벗어나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 가난한 노동의 정당성을 긍정하고, 일하면 살아가는 삶을 떳떳하게 여기는 인간의 존엄함을 학교가 가르쳐야 한다. 교과 수업시간에 하는 독서교육은 학교가 이런 사명을 이루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1) 최근 우리나라 공립학교에서 사서교사 임용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2011년과 2012년 임용이 0명이었다. 지난 몇 년간 해마다 전국적으로 100여명씩 임용을 해왔는데 멈추었다. 교과부 도서관 담당자는 해마다 정원을 신청하는데 예산을 자르는 부서에서 사서교사보다 교과교사를 임용해달라는 설문조사를 근거로 정원을 축소하고 없앤다. 안타깝고 온당하지 않은 일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사서교사가 필요하다고 세상 사람들이 여겨야 하고, 사서교사들이 혼자서 외롭게 실천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교사들이 독서교육에 나서게 유도해야 한다.

2) 2011년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독서교육 관련 장관상을 새로 마련해서 학교와 교사와 장학사 가운데 우수 실천사례를 뽑아서 상을 주었다. 시도교육청 열여섯 곳에서 우수사례를 추천해서 교과부로 보내면, 교과부의 심사위원 4명이 그 학교와 교육청을 찾아가서 직접 내용을 살피고 마주 보고 면담을 했다. 나도 심사위원 가운데 한 사람이어서 전남교육청과 강원교육청과 제주교육청에서 추천이 올라온 학교들을 찾아갔는데, 초등학교의 실천 사례들을 보며 문제의식을 느꼈다. 학생들이 쓴 독서기록에는 책의 줄거리가 주로 적혀 있었고 줄거리 뒤에 적어둔 감상은 형식적인 교훈이 대부분이었다. 책을 읽고 배울 거리를 찾는 태도는 의미 있지만 이것은 아니다 싶었다. 학생들이 적은 글을 읽으며 마음으로 공감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책 내용을 풍부하게 이해하고, 책 내용과 세상일을 연관 짓거나, 책 속 인물이나 사건을 자기 삶과 연관 짓는 교육이 필요하다. 어린이책 연구자와 실천자들이 해낸 성과들을 보고 오래 전부터 감탄해왔는데, 막상 학교현장에서 독서교육을 잘한다고 하는 학교들의 사례를 보며 뛰어난 교사의 사례가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 널리 일반화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회적으로 양적인 지도 못지않게 질적인 지도에 대해 신경을 더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3)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직업 체험을 며칠 동안 한 뒤에 그 사람들이 고단하게 살아가는 삶을 기록한 <4천원 인생>(안수찬, 전종휘, 임인택, 임지선, 한겨레출판산, 2010)이나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르뽀로 기록한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박영희, 삶이보이는창, 2007)와 같은 책을 읽었을 때 학생들이 보인 반응이다.

4) 박혜숙·허진만·김태호·송승훈 외, <교과 독서교육 매뉴얼 : 국어, 사회, 과학, 기획>, 교육과학기술부, 2010.

[출처] 교과 수업과 연계된 독서교육의 기본 방향과 방법 |작성자 구름배            <자료: 네이버 지식>

이전글 ‘읽기능력 기르기’ 소설 속에 길이 있다
다음글 학교 독서교육, 이대로 둘 겁니까?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