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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음대로 되는 나라 2013-12-28 1346

“옛날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이 있었단다.”
이야기 할머니가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할머니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용한 도서관에 울렸어요.
꽃밭초등학교 1학년 개나리반 아이들은 할머니를 바라보았어요. 아이들은 도서관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었어요. 푹신한 깔판이 깔려 있어 편하게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아이들은 동글한 눈빛을 빛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요.
이야기 할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는 솔이예요. 키도 작고 몸집도 작아서 아이들 속에 있으면 잘 눈에 띄지 않는 아이지요. 그러나 솔이의 눈빛은 누구보다 빛나고 있었어요.
솔이의 머릿속엔 호랑이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죠.
‘할아버지처럼 편안한 얼굴을 하고 옆으로 누워 담뱃대를 입에 물고 지그시 앞을 바라보고 있을까? 아니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담뱃대 물고 뻐끔거리며 연기를 뿜는 호랑이?’
솔이가 요리조리 호랑이를 생각하고 있을 때,
“치, 거짓말. 호랑이가 어떻게 담배를 피워요?”
“그래요. 너무 유치해요.”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렸어요.
“쉿! 그런 이야기를 하면 호랑이가 화낸단다. 이야기 속에 사는 호랑이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저기 봐. 우리를 보고 있잖니?”
할머니가 가리키는 곳에는 호랑이 그림이 있었어요. 도서관 벽에 걸린 그림 중 하나에요. 도서관 벽에는 동화책 속에 나오는 장면을 그린 그림들이 곳곳에 붙어 있어요.
“저 호랑이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오히려 재밌게 생겼는 걸.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다.”
솔이가 중얼거렸어요.
그 때였어요. 호랑이 그림이 울렁거리며 움직이는가 싶더니 그 속에서 호랑이가 펄쩍 튀어 나왔어요.
“야아, 상쾌하다. 세상에 나온 게 도대체 얼마만이야? 이 냄새! 역시 살아있는 공기 냄새는 달라.”
호랑이는 기분이 좋은 듯 기지개를 죽 폈어요.
그리고는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는 솔이를 향해,
“너로구나. 난 널 잘 알아. 항상 여기 오면 제일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아이지? 그리고 그림책도 제일 열심히 보지? 네가 날 불러줄 줄 알았어.”
하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어요. 솔이는 호랑이의 노란 눈과 마주치자,
“엄마야, 할머니!”
하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아무도 솔이를 돌아보지 않았어요. 마치 솔이는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날 보지 못해.”
호랑이가 입맛을 쩝 다시며 앉더니 귀를 만지작거렸어요. 순식간에 호랑이의 손에는 담뱃대가 생겼어요. 호랑이는 담뱃대를 물더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어요. 호랑이의 입에서 동그란 연기가 퐁퐁 나왔어요.
솔이는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어요.
“에헴 쿨럭쿨럭 쿨럭. 아이고 이 놈의 기침.”
호랑이가 말했어요. 솔이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기침을 하던 할아버지가 생각났어요. 솔이는 호랑이가 담배를 그만 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호랑이의 손에 있던 담뱃대가 사라지고 연기도 사라졌어요.
“고맙다, 솔아. 그 동안 너무 담배를 피웠더니 기침이 그치지 않았는데 이제야 편해 졌구나.”
솔이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바람에 어리둥절했어요.
어느새 아이들은 다시 조용해지고 이야기 할머니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어요.
“어느 낡은 집에 도깨비가 살고 있었단다.”
솔이는 도깨비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머리에 뿔을 달고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는 도깨비를 생각하면 재미있어서 친구가 되고 싶을 정도였죠.
“도깨비하고 놀아봤으면.”
솔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림 속에서 도깨비 한 마리가 튀어나왔어요. 집채만한 몸집에 작고 파란 뿔, 무서운 얼굴, 울퉁불퉁한 방망이를 가진 도깨비였어요.
“야호! 신난다.”
도깨비는 껑충껑충 뛰더니 공중곡예를 넘었어요. 도깨비가 뛸 때마다 땅이 흔들거렸어요.솔이는 생각했어요.
‘내가 생각했던 도깨비가 아니야. 도깨비는 나처럼 작고 못생겼지만 귀여운 얼굴에 뿔도 더 커야 해. 파란색 뿔이 아니라 빨간색 뿔이고, 그리고 방망이가 너무 커.’
그러자 도깨비는 솔이가 생각했던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도깨비는 더 신이 나서 뛰어다녔어요.
“고맙다, 솔아. 지난번에 만난 아이가 나를 무섭게 만들었지 뭐니. 모두들 나만 보면 도망가는 바람에 그 동안 너무 쓸쓸했단다. 이제 친구들도 날 좋아할 거야.”
솔이는 이번에도 생각대로 되자 깜짝 놀랐어요.
“흐흐, 놀라지 마. 여기서는 네가 주인공이야. 무엇이든 네 생각대로 될 거야.”
호랑이가 말했어요.
“여기가 어딘데요?”
“그야 이야기나라지. 네 상상으로 만든 이야기나라.”
솔이는 무엇이든 생각대로 된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어요. 지금까지 자신의 생각대로 된 일이 별로 없었거든요. 솔이는 별이와 짝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발표를 잘 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또, 친구도 많이 사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내 모습도 바꿀 수 있을까?”
솔이는 마음속에 감춰두었던 말을 했어요.
“그럼, 하지만 잠깐 뿐이야. 이 곳에서 나가면 원래대로 돌아가 버려.”
솔이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난 키도 더 크고, 웅이처럼 튼튼하고 용감해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재민이처럼 말도 재미있게 잘 했으면 좋겠어.”
말이 끝나자 솔이의 모습이 사라지고 새로운 모습의 솔이가 되었어요. 키도 더 크고 몸집도 커졌어요. 머리숱도 더 많아져서 힘있게 위로 솟았어요. 솔이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는 했지만 마음에 들었어요. 모습이 바뀌니까 기분도 새로워졌어요.
이야기 할머니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어요.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거리며 걸어왔단다.”
솔이는 꼬부랑 할머니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러자 할머니가 눈앞에 나타났어요.
“꼬부랑 할머니, 허리가 굽어서 힘드셨죠? 이제 힘들지 않게 해 드릴게요. 난 할머니 허리가 곧게 펴졌으면 좋겠어요.”
솔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꼬부랑 할머니의 허리가 펴졌어요. 이젠 꼬부랑 지팡이도 필요 없게 되었어요. 솔이는 흐뭇했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이 녀석아, 내 허리를 돌려놓지 못해? 난 꼬부랑 할머니야. 허리가 곧으면 꼬부랑 할머니가 아니라구!”
꼬부랑 할머니는 지팡이를 흔들며 솔이를 야단쳤어요. 솔이는 당황스러웠지만 할머니의 모습을 되돌려 놓았어요. 꼬부랑 할머니는 투덜거리며 꼬부랑 고개를 향해 가버렸어요.
‘그래, 꼬부랑 할머니는 허리가 굽어야 어울려.’
솔이는 벽에 걸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았어요.
“그래, 저건 내가 아냐. 난 작고 마르고 말도 재미있게 못하지. 그래도 그게 나야. 운동은 잘 못하지만 만들기는 잘하고 발표는 잘 못하지만 책에 대해서는 잘 알아. 그게 나야.”
그러자 솔이의 모습이 되돌아 왔어요. 익숙한 자신의 모습을 보자 솔이는 반가웠어요.
“호오! 역시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똑똑해.”
호랑이가 솔이를 보며 칭찬했어요. 솔이도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어요.
“솔아, 우리 같이 놀자.”
도깨비가 솔이의 손을 잡아 끌었어요. 솔이는 기분 좋게 도깨비를 따라 갔어요. 도깨비는 솔이를 데리고 그림 속 마을로 뛰어들어 갔어요. 그림 속으로 들어갈 때 솔이는 마치 물 속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림 속 세상은 작은 시골 마을 같았어요. 마을과 마을이 이어져 있고 그 속에는 동화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살고 있었어요. 책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솔이가 아는 얼굴들이었어요. 책을 좋아하는 솔이가 대부분의 동화책을 다 읽었기 때문이에요.
“너, 솔이구나!”
“솔이가 왔네.”
책 속 주인공들도 솔이를 알고 있었어요. 솔이는 책을 읽으면 책 속 주인공들과 마음이 통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곤 했는데, 책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였나 봐요. 솔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어요.
솔이는 숲에서 여우를 만나 여우와 지혜겨루기도 하고, 임금님이 사는 대궐도 구경했어요. 용을 타고 하늘을 날았으며, 거북이와 용궁에도 갔어요. 토끼와 달리기도 했답니다. 책 속의 세상은 끝날 듯 끝날 듯 계속 되었어요.
“어디가 끝이에요?”
솔이가 물었어요.
“여긴 끝이 없는 세상이란다. 지금도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지. 동화책이 없어지지 않는 한 여긴 사라지지 않을 거야.”
도깨비가 말했어요. 솔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다시 여기에 올 수 있을까요?”
솔이가 물었어요.
“도깨비가 데려와주지 않아도 책을 읽으면 늘 이 세상에 올 수 있지. 책 속에는 항상 이곳으로 오는 문이 열려 있단다.”
호랑이가 말했어요.
“도깨비와 꼬부랑 할머니는 오래오래 낡은 오두막에서 행복하게 살았단다.”
그 때, 이야기 할머니의 이야기가 끝났어요.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솔아! 자리를 정리해야지.”
이야기 할머니의 목소리에 솔이는 이야기 나라에서 돌아왔어요. 그 곳에서 너무 신나게 놀았나 봐요. 아직 즐거운 기분이 남아있는 솔이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솔이가 활기차졌구나. 내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었니?”
“예! 그런데 할머니는 어디서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겨요?”
“그건 비밀인데, 너한테만 특별히 가르쳐 주마. 바로 저 이야기 나라 친구들이 들려준단다.”
이야기 할머니는 그림을 가리키며 눈을 찡긋했어요. 솔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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