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나라우수작품
일기/생활문/수필
독서감상문/영화감상문
여러가지 독서 감상활동
설명문/논설문
기록문/기행문
동화/소설
편지글
동시/시
토론하기
작가님께 편지쓰기
- 소중애 작가님
- 이영 작가님
- 박미경 작가님
- 안덕자 작가님
독서신문 만들기
엄마,아빠가 쓰는 글
글쓰기마당 게시판
100자 책 추천마당
글나라 독서/글쓰기 대회
HOME > 글쓰기마당 > 작가님께 편지쓰기 > 소중애 작가님 > 작품읽기

4 누가 박석모를 고자질 했나 2004-06-18 5406
노란 은행잎 하나가 팽그르르 맴을 돌며 떨어지다가 바람을 만나 6학년 3반 교실로 날아들었다.

석모는 은행잎을 주워 부채질을 하다가 선생님의 세모꼴 눈을 보고 찔끔하여 동작을 멈추었다.

"자알한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석모는 책으로 눈길을 떨어뜨렸다. 1학년 1학기 책이다.

"6학년에서 제대로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것이 너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장난이 어디서 나와."

선생님이 화내시는 것은 당연하다. 석모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아이들이 돌아간 늦은 오후에 혼자 쉬고 싶으실 텐데 석모 나머지 공부 때문에 꼼짝을 못 하신다.

며칠 전, 전학 온 석모가 장님 길 가듯 더듬더듬 책을 읽자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받아쓰기 시험문제를 내었다. 열 문제 중에서 맞은 것은 어머니 하나뿐이었다.

"원 세상에."

선생님은 혀를 차면서 아주 못마땅한 얼굴을 하셨다. 공부를 잘해도 반가울까말까한 전학생인데. 석모는 그런 선생님을 이해한다.

"오늘부터 당장 나머지 공부하고 가."

"우리 반 평균을 팍팍 깍아 먹는 친구가 오셨군."

아이들도 석모를 놀리고 괴롭혔다.

"야, 그 실력 가지고 전학은 뭣하러 다니니. 한 학교 성적만 버리지 뭣하러 돌아다녀."

석모는 친구들의 비웃음도 이해했다.

이해를 한다고 하여 공부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은 석모에게 잡히고 석모는 선생님에게 잡혀 방과 후 시간을 숨막히게 보내기 시작한 지 오늘로 꼭 4일째다.

"줄쳐 준 것 읽고 써. 조금 있다가 받아쓰기할 테니깐."

석모는 공부가 하기 싫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니깐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도 없다. 나머지 공부해서 잘할 수 있었다면 진작 잘했을 것이다. 1학년 때부터 나머지 공부 안 해본 학년이 어디 있었던가? 그런데도 여전히 그 타령이다. 석모는 귀를 세워 앞교사 너머에 있는 운동장에서 야구하는 아이들 소리를 듣는다. 뒷교사 세 개 너머에 있는 찻길에서 나는 그 차소리를 듣는다. 두 눈에 졸음이 가득 차 올랐다. 책만 보고 있으면 졸리운 것도 병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선생님이 소리를 빽 지르셨다.

"박석모, 너 정말 이럴 거야?"

야, 선생님 간 떨어질 뻔했습니다.

석모는 선생님이 소리치실 만하다고 생각하며 눈꺼풀을 위로 밀어 올렸다.

"정말, 정말 널 보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가 없어."

다섯 시가 되자 퇴근 준비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석모도 다섯 시가 되면 나머지 공부가 끝난다는 것을 안다.

"집에 가서 써 와. 내일 받아쓰기 시험 봐서 틀리면 때려 줄 거야."

매일 똑같은 말씀으로 인사를 대신한 선생님은 교실문을 잠그고 석모보다 먼저 복도를 빠져 나가셨다.

"안녕히 가세요."

석모는 선생님 뒤에 대고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석모는 서둘지 않았다. 같이 놀아 주려고 기다리는 친구도 없고 집에 가야 다들 일하러 나가 텅 비어 있으니 서둘 필요가 뭐 있겠는가.
석모는 학교도 집도 재미가 없었다.

"신나는 일 없나?"

석모는 발 아래 있는 돌맹이를 냅다 걷어찼다.

"아차."

돌이 날아가는 방향을 보며 후회하였으나 쨍그랑 하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귓속을 후벼들었다.

머리칼이 모두 곤두설 것같이 쭈뼛하였다. 휙 돌아서 도망치려는데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전학 온 석모가 알 리가 없었다. 그랬다고 겁이 덜 난다는 것은 아니다.

"너 몇 학년 몇 반 누구야? 엉?"

묻는 소리가 얼마나 무섭던지 석모는 잔뜩 쪼그라드는 목소리로

"6학년 3반."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차 싶었다. 성난 선생님과 놀리고 괴롭힐 반 애들이 머리에 떠 올랐다.

"에잇."

석모는 있는 힘을 다하여 교장 선생님을 밀치고 달아났다.

"어이쿠."

갑자가 당한 일이라서 교장 선생님은 그만 뒤로 벌렁 넘어지셨다.

"교장 선생님!"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달려왔던 학교 수위 아저씨가 교장 선생님을 부축하여 일으켰다.

"어어, 어이쿠."

교장 선생님은 비명을 지르셨다.

다음날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교장 선생님이 넘어지실 때 다치셔서 출근을 못하신 것이다.

"석모야, 너 어제 집에 가다가 교장 선생님 못 만났니?"

선생님이 교실에 막 들어서는 석모를 붙잡고 물으셨다.

"아뇨."

교장 선생님을 모르니 거기까진 거짓말이 아니었다.

"너 유리창 안 깨뜨렸어?"

좀전에 '아뇨'하고 대답하였던 혓바닥이 다시

"아뇨."

하였다.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다면 석모가 틀림없을 것 같은데 아니라니깐 선생님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교감 선생님한테서 꾸지람을 듣고 온 선생님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유리창 깨뜨린 것은 그렇다고 쳐. 학교 다닐 때 유리창 한두 장 안 깨뜨린 사람도 드물 테니깐 말야. 문제는 교장 선생님을 밀치고 달아났다는 데 있는 거야."

선생님은 엎드려 뻗쳐 시킨 아이들 머리 위에 대고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어쩌면 그럴 수가 있니."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석모 제 죄가 크다 싶었다. 벌받을 만하다고 생각하였다.

"지금이라도 나오면 용서를 하겠어."

등에 선생님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도 석모는 선뜻 일어서지 못하였다.

"........"

여기저기서 끙끙거리는 소리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첫째 시간이 다 끝나 갈 무렵이었다.

"반 친구들이 자기 때문에 이런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나오지 않겠다는 것이지. 좋아, 좋아. 그럼 이번에는 다른 벌을 주겠어."

"........"

"모두 운동장에 나가 모여."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일어선 아이들은 초상집에 가는 발걸음으로 교실을 말없이 빠져나갔다.

"박석모."

석모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섰다.

"교실 문 잠그고 나와."

잠시 후 모두들 운동장 한가운데 모여 섰다.

선생님은 아직 나오지 않으셨다.

"어떤 녀석인지 나오기만 해 봐라."

"우리를 골탕먹이는 녀석이 도대체 누구냐?"

아이들이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6학년 3반 어린이들은 다 교실로 들어가요."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의아한 얼굴로 투덜거리며 교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교감 선생님에게 조그만 쪽지를 보이면서 사정하고 있었다.

"석모를 한 번만 용서해 주시죠. 네? 교감 선생님."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선생임. 저는 누가 교장 선생임을 자빠뜨렸는지 암니다. 박석모가 버민임니다. 박석모는 나쁘내임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