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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할머니는 누구세요? 2004-06-18 5098
“구구구.”
비둘기들이 공원을 하얗게 덮고 모이를 먹고 있었어요. 봄 햇살이 비둘기 목덜미를 어루만져 아롱다롱 예쁜 빛을 만들었지요.
갑자기 혜성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어요.
“선생님 ! 기완이가 없어요.”
그 소리가 얼마나 컸든지 비둘기들이 푸드득 날아올랐어요. 비둘기 날개 소리에 귀가 멍했어요.
“기완이가 없어졌다고? ”
단발머리 어린 여선생님 얼굴색이 새하얘졌어요. 소풍을 와서 아이를 잃어 버렸으니 얼마나 놀랬겠어요.
“어디 갔는데? ”
“몰라요.”
“뭐 사러 가나봐요.”
“오줌 싸러 갔나봐요.”
30명의 아이들이 마구마구 소리 질렀어요. 노란 체육복을 입고 있어서 병아리떼 삐약거리는 것처럼 보였어요.
“이 일을 어째.”
선생님은 발을 동동, 두리번, 두리번. 그러다가 지나가는 파마 머리 아줌마에게 부탁했어요.
“애가 없어졌어요. 찾아오는 동안 애들 좀 잠깐만 봐주세요.”
아줌마는 손을 홰홰 저으며 뛰어갔어요.
“안돼요. 안돼. 내가 지금 무척 바쁘거든요.”
선생님은 울상이 되었어요. 이번에는 지나가던 청년에게 부탁했어요. 키도 크고 몸도 큰 검정양복에 검정 와이셔츠를 입은 청년이었어요.
“애를 찾아 올 때까지 우리 애들 좀 봐 주세요.”
“아, 안돼요.”
청년은 놀라서 고개를 저었어요.
“부탁해요. ”
선생님은 벌써 저만치 뛰어가고 있었어요.
“선생님, 선생님....아이 참 안되는데....”
아이들이 말간 눈으로 청년을 올려다봤어요.
“깍두기 머리다.”
아이들이 속삭였어요. 청년의 머리가 깍두기 모양이었거든요.
청년은 노란 아이들을 내려다봤어요.
“몇학년이냐? ”:
“1학년요. ”
아이들이 대답했어요.
“어느 학교 다니냐? ”
“혜성초등학교 다녀요. ”
“소풍 왔냐? ”
“예.”
“........”
“........”
청년도 아이들도 할말이 없었어요. 조용하니깐 날아갔던 비둘기가 돌아왔어요.
“김밥, 먹어도 돼요? ”
한 아이가 물었어요.
“안돼.”
“배가 고픈데.”
청년은 선생님이 뛰어간 쪽을 바라보다가 시계 들여다보기를 여러 번 했어요. 서성서성 왔다갔다.
남자아이들 몇 명이 머리를 맞대고 소곤거리다가 한 아이가 물었어요.
“아저씨는 조폭이에요? ”
청년 얼굴이 새빨갛게 부풀고 짙은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어요.
“뭐야? ”
엄청나게 큰 소리에 비둘기들이 푸드득 날아가고 아이들은 놀라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야.”
“무서워!”
삐죽삐죽 울음을 터뜨리려는 아이도 있었어요.
청년은 아이들을 달래느라고 쩔쩔 맸어요.
“미안, 미안. 내가 본래 목소리가 크단다.”
달래기는커녕 아이들은 더 겁먹었어요.
“아저씨 목숨만 살려 주세요. ”
훌쩍훌쩍 정말로 우는 애도 있었어요.
“울지 마. 내가 잘못했어. 내 목소리가 너무 커서 말야. 아이 참 큰일났네. 친구 아버지 돌아가셔서 거기 가야하는데.....”
이번에는 청년이 울 것만 같았어요. 쭈그리고 앉아 아이들을 달래려고 진땀을 흘렸어요.
지나가던 머리 하얀 머리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았어요.
“젊은이, 무슨 일이요? 내가 도와줄까? ”
청년은 반가워서 벌떡 일어났어요.
“아이고 할머니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올 때까지 애들 좀 봐 주세요.”
청년은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쳤어요.
할머니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아이들을 쳐다봤어요. 아이들은 할머니를 살펴봤지요. 하얀 머리에 얼굴은 동글동글, 두 눈이 웃고 있었어요.
“얘들아. 선생님 오실 때까지 이 할머니가 옛날 얘기 하나 해 줄까? ”
할머니는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았어요.
“싫어요. ”
“우리 선생님은 왜 안 와요? ”
“김밥 먹으면 안돼요? ”
할머니는 가방에서 하얀 종이 한 장을 꺼냈어요.
“선생님은 곧 올 거야. ”
할머니는 종이로 배를 접었어요.
“나도 배 접을 수 있어요. ”
“우리 큰 아빠도 배 가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할머니 주위에 둥글게 모였어요.
“얘. 앉아 안 보여.”
“그래. 그래. 모두 앉아라. 그래야 모두 잘 볼 수 있지.”
앞에 있는 애들도 앉고 뒤에 있는 아이들도 앉았어요. 모두에게 할머니가 잘 보였어요.
“옛날 옛날에 아주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단다.”
“나 그거 알아. 흥부 놀부 이야기죠? ”
“아냐. 혹부리 영감 이야기야.”
아이들은 재잘재잘 떠들었어요. 할머니는 이야기를 계속했어요.
“어느 해인가 비가 오지 않아 곡식이 다 말라죽었어. 농부네도 식량이 떨어져 가족들이 굶게 생겼어. 농부는 배를 만들어 타고 다른 나라로 돈을 벌러 갔단다.”
“흥부 얘기 아니네 !”
“혹부리 영감 이야기도 아니잖아.”
“조용히 좀 해라.”
“너나 조용히 해라.”
할머니는 아이들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이었어요.
“농부는 배를 타고 몇날 며칠을 여행했어. 그러던 어느 날 폭풍을 만났어. 바람이 휘잉- 휘잉 불고 파도가 높아졌지. 우르릉 쾅. 천둥 번개가 치고 배가 파도에 밀려 이리저리 흔들렸어.”
종이배가 할머니 머리 위로 올라갔다가 무릎 아래로 내려가고 다시 머리 위로 올라갔어요.
“..........”
이제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요. 산처럼 높은 시퍼런 파도에 나뭇잎처럼 흔들리는 배를 동그란 눈으로 쳐다봤어요.
“쾅 !”
아이들은 깜짝 놀랐어요.
“바위에 부딪혀 배 앞이 뚝 부러졌어.”
할머니는 인정 사정없이 종이배 앞부분을 북 찢었어요.
아이들은 두 손을 맞잡아 가슴에 대고 이마를 찌푸렸어요. 두 눈은 뚜러지도록 할머니를 쳐다봤어요.
“우지끈 뚝딱 ! 이번에는 배 뒤가 부러졌어. ”
종이배의 뒷부분이 찢겨 나갔어요.
아이들은 숨을 할딱거렸어요.
“우르릉 쿵. 돛대에 벼락이 떨어졌어.”
종이 배 한가운데의 뾰족한 부분도 찢겨 나았어요.
“배는 산산조각이 나고 농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바닷물에 휩쓸려갔단다.”
아이들은 숨을 죽였어요.
“농부는 파도에 밀려 이름 모를 섬으로 떠내려갔어. 다음 날 아침 폭풍이 멈추고 햇살이 모래밭에 쓰러진 농부 얼굴에 눈부시게 비쳤어. 농부는 정신을 차리고 부스스 일어났어.”
아이는 할머니 쪽을 향해 기울였던 몸을 바로 세웠어요. 길게 숨을 내쉬는 아이도 있었어요.
할머니는 굵은 남자 목소리로 말했어요.
“여기서 반팔 셔츠 장사를 해야 겠다.”
앞뒤가 찢어지고 돛이 부러진 종이배를 펴자 셔츠가 되었어요.
“우와 ! ”
아이들은 두 눈이 더욱 커지고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반팔 셔츠 사세요 ! 반팔 셔츠 사세요!”
할머니를 따라 아이들도 반팔셔츠를 팔았어요.
“반팔 셔츠 사세요. 반팔 셔츠 사세요. ”
공원에 있던 사람들이 다 돌아 봤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아기를 데리고 나온 엄마.
“그 때 긴팔 셔츠 장사가 나타났어.”
할머니는 셔츠를 폈다가 다른 방향으로 접었어요. 그러자 요술같이 마술 같이 반팔 셔츠가 긴팔셔츠로 바뀌었어요.
“우와.”
종이 한 장이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줄 누가 알았겠어요.
긴팔 셔츠 장사는 농부에게 다른 곳에 가 장사를 하라고 했어요.
아이들은 화를 냈어요. 입을 삐죽이며 긴팔셔츠 장사를 미워했어요.
“두 셔츠 장사는 바닷가에서 결투를 하게 되었단다. 얘들아 결투가 뭔지 아니? ”
“알아요. 알아.”
할머니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어요. 다시 날아온 비둘기들도 곁에 와 조용히 이야기를 들었지요.
할머니는 긴팔 셔츠로 변한 종이배를 반으로 접었어요. 종이배는 작은 권총이 되었어요.
“팡팡.”
아이들은 침을 꼴까닥 삼켰어요.
총에서 팦콘이 튀쳐나왔어요. 팦콘은 긴팔셔츠 장사의 어깨에 스치고 지나갔어요.
팦콘은 농부에게도 날아갔어요. 팦콘은 농부를 하늘 나라로 데려갔어요.
하늘 나라에 간 농부는 하느님께 혼이 났어요. 싸웠다고 말예요.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용서 해 주세요.”
농부가 빌었어요. 하느님이 농부를 살려주었어요.
“농부는 집으로 돌아갔어.”
농부가 집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게 되었을 때, 혜성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은 기완이 손목을 잡고 헐레벌떡 나타났어요. 어미 닭이 길 잃은 병아리를 찾아오는 것처럼 보였어요.
“선생님이 오시는구나. ”
할머니는 종이 조각을 가방에 넣고 일어났어요.
“즐거운 소풍을 보내렴.”
할머니가 자리를 떠나는데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았어요.
한 아이만 소리쳐 물었지요.
“그런데 할머니는 누구세요? ”
할머니가 웃었어요.
“나는 천사란다.”
“무슨 천사가 그렇게 늙었어요? ”
아이들이 깔깔깔 웃었어요.
아이들 웃음소리에 놀라 비둘기들이 푸드륵 날았어요. 바람을 일으키며 깃털을 떨어뜨리며 유난히 요란스럽게 날았어요.
어 ? 비둘기를 쳐다본 사이에 할머니가 없어졌어요.
“아이고 얘들아. 정말 착하구나. 너희들끼리만 있었니? 어쩜 이렇게 조용히 있었니? ”
선생님이 칭찬하셨어요.
아이들은 두리번두리번 할머니를 찾았어요. 공원 안은 아까하고 똑 같은데 할머니만 없어요.
그래도 아이들은 소리쳤어요.
“천사할머니 안녕!”
선생님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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