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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5 11:07:39 조회수 : 2,555 
 
쿤의 여행을 읽고.
  김유정 | 영양여자고등학교 3
이상문학상 후보작에 오른 윤이형의 '쿤의여행' 이라는 글을 읽고 자유롭게 쓴 짧은 글입니다.


쿤의 여행 <나의 여행>
김유정

세상은 다 뒤덮혔다. 그래도 아직까지 드문드문 흰색을 띄는 곳은 남아있었다. 회백색의 공기가 자꾸만 스며들었지만 안간힘을 쓰며 허공에 손을 휘저었고 그것을 밀어내기에 바빴다. 편안해지고 싶은 욕망이 느껴질 때 마다 아무도 모르게 슬쩍 한 발을 움직여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 곳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와, 문제없다는 표정들을 본 순간 바로 거부감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 걱정 없는 모습이 싫었다. 뒤 돌아서서 무시무시한 욕지거리를 뱉어내는 검은 얼굴들도 싫었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눈동자 또한 보기 싫을 만큼 가증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내가 조금씩 정의 내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괴로웠다.
그 날, 나는 네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내게 느꼈던 미움과 분노의 감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뱉어내기를 바랐었지만 여전히 벽을 보며 느낌 없이 시나리오를 읽는 변함없는 너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고 너는 더 이상 용기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니 제발 가만히 있어달라는 말을 아무도 볼 수 없게 너의 뒤통수에 대고 약하게 박았다. 차라리 무시무시한 말들로 내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새겼으면 더 좋았을 법했다. 아파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나았다. 그 얼굴에서, 표정에서, 목소리에서 '진짜'를 찾고 싶었다. 의사가 된다면 가장 먼저 쿤을 떼어 내주고 싶은 사람들 중 한 명인 만큼, 그 만큼 너는 학교라는 둘레 속에서 숨 막혀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해준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알게 된 17의 쿤은 너무 무서웠다. 쿤들은 강하게 나를 몰아 붙였고 뜻대로 되지 않자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속의 흔들림을 발견한 후 그들을 향해 서서히 멀어져갔다. 처음엔 그들도 쿤을 밀어내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바람이 되어 웃으며 소리 없이 합쳐지던 모습에 두려워하던 그들도,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고통스러워했을 뿐 시간이 지나자 불안감은 사라지며 진짜 모습의 희미한 변화를 받아 들였다. 그리고 어느 샌가 부터는 굳어버린 먼지 뒤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내게도 또 한 번의 쿤이 찾아왔다. 두려울게 없는 나였기에 쿤은 나의 관심 밖이었지만 그래도 쿤을 나를 항상 눈여겨보며 궁금해 했다. 어색한 눈웃음과 어설픈 눈동자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하나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기 싫어 나는 언제나 내 목소리를 내며 내 몸에 색을, 아주 깊은 색을 입혀갔다. 그런 나는 모두가 하나 둘씩 쿤의 등 뒤에 숨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의 목을 조르듯 강하게 감싼 두 팔만이 아직 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사실이 슬프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름과 다른 얼굴, 다른 목소리, 걸음걸이, 눈빛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쿤의 뒤에서 그들이 자꾸만 겹쳐 보이고 겁쟁이가 되어가는 나약함에 거리감이 느껴졌다. 말하는 걸 정말로 좋아하던 나였지만 네가 아닌 너를 가장한 쿤과의 대화가 늘어가며 내 입에 쿤의 공기가 들어오는 것만 같아 싫었고,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과 관계를 맺는 것에도 힘이 들었다. 심지어는 쿤이 되어버릴 사람과의 만남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평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쿤을 통해서 시원하게 지르고 쿤으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너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대해 너는 나름대로의 뿌듯함을 가지고 있었고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는 단지 그 모습에서 너를 보고 싶을 뿐이었다. 정말 그것뿐이었다. 다른 곳에서, 다름에 살짝 겁을 먹었지만 그래도 다르게 조금씩 버텨가려고 노력했던 너의 그 다른 모습이 너무 보고 싶었다.
쿤의 세상에서 혼자 남은 나란 사람도 언제 그와 하나가 될 지 확신할 수 없을 만큼 쿤은 내게 가까이 와 있었다. 그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차가운 시선과 몸 전체를 훑고 지나가는 눈초리로 굳은살을 배겨가며 덩어리를 만들어냈지만 정말 그게 다였다. 2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지만 여전히 그들은 제일 큰 사이즈의 옷을 입었고 알람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이는 속도는 자꾸만 늦어져 결국에는 침대에 달라붙어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매일 밤 상상하던 우리의 순간은 절대 찾아오지 않았고 나는 날이 갈수록 밖에 나가 혼자 걷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그냥 ‘나’이고 싶었다. 이것은 쿤에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이제 그 범위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끝을 알 수 없었으며 결국엔 혼자가 되는 방법을 저절로 터득하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하루 세끼 꼬박꼬박 밥을 챙겨먹고 매일 일기장에 하루의 변화를 남기고 그 날의 하늘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기도 하며 거울 속에서 어제와는 다른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오래 매달리기 게임을 하듯 강한 팔과 다리를 가지기 위해 1초도 쉬지 않고 쿤을 끌어안았고 자연스레 줄어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것이 그들이 하루를 보내야만 하는 이유였고 그들에게 부여된 유일한 과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든 우산 속의 밀도는 낮아졌고 넓은 품 안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굴을 파는 횟수는 자꾸만 늘어갔다. 쿤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선이 점점 분명해졌고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 경계가 되어 내가 말을 할 때 마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서 서로 무거운 눈빛들을 주고받았다. 과거 우리가 함께했던 행동들을 그려볼 때는 무수히 많은 따가움이 아플 정도로 끊임없이 나의 눈에 박혔다. 그래도 나는 가시 박힌 나의 결정들이 아름답게만 느껴졌고 갈수록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나의 모습이 좋았다. 움직일 수 없도록 나를 고정시켰지만 부지런히 막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반복했고 심지어는 그 일이 너무 즐거웠다.
여전히 나는 쿤과 쿤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나는 오래도록 혼자였고 그 어느 날에도 비가 내렸다. 멀리서 우산에 가린 검은 덩어리가 걸어왔다. 무엇을 고민하는 듯 아주 느린 속도였다. 그건 너였다. 오랜 만에 너는 내 앞에 찾아왔고 쿤에 가려진 반쯤 보이는 너의 얼굴이 부끄러운 듯 자꾸만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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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유죄인 이유
아빠를 통해 본 우리 가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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